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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일하는 시간인지 쉬는 시간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나날들이 벌써 3주 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어색하기만 하다. 불쑥 찾아온 이 어정쩡한 나날들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어김없이 해는 점점 길어지고 기온은 점점 올라간다. 그리고 몸은 야금야금 불고 있는 것 같다. 젠장. 이제 한낮에는 반팔을 입어야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부디 이 시절이 빨리 끝나서 오늘도 무지 덥네, 미친 날씨네 하며 차가운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 함께 모여 이런저런 불평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이메일이나 전화, 혹은 화상 전화로 마주하는 인간관계가 나는 여전히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만 같다.
읽기와 쓰기. 내가 잠자는 시간 말고 가장 많이 하는 일이다. 반은 강요된 일이고, 또 반은 어쩌다보니 시기가 기막히게 잘 맞은 일이다. 언제나 밀려있는 실험 스케줄 때문에 정작 책상 앞에 앉아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논문을 찾아 읽고, 같이 토론하고, 그 결과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논문 한 편을 만들어내는 시간이 언제나 부족했었다. 과학자는 새로운 발견에만 기뻐하고 있을 순 없다. 그 발견들을 모으고 정리하고 서사와 묘사를 잘 배합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그것이 논문이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언제나 부족하기만 했던 시간이 이렇게 불쑥 찾아온 어색한 나날들 가운데 충만해졌다. 두 편 중 한 편은 거의 완성 단계에 다다랐고, 또 한 편은 뼈대를 갖추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마주친 이 시절을 가능한 잘 추출해서 올해엔 꼭 논문이 출판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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