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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Document1

가난한선비/과학자 2020. 4. 5. 14:57

Document1.

집에서 사용하는 랩탑 화면에는 항상 워드 파일 하나가 열려있다. 빈 바탕이다. 파일의 제목은 Document1. 물론 저장하게 되면 제목은 바뀔 것이다. 언젠가부터 아웃룩이나 크롬, 즉 이메일 확인이나 인터넷 세상이 아닌 Document1으로 나를 기다리는 랩탑. 아무것도 없다는 점에서 나는 겸손해지는 것만 같고, 그곳에 뭔가를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묘한 흥분과 일종의 책임감을 느낀다. 커서가 깜빡이며 나의 내면을 받아낼 때마다 나는 나만의 작가가 되는 것이다.

무언가를 쓴다는 것. 그 전에 아무것도 없는 빈 바탕을 경건하게 대한다는 것. 정보가 난무하는 인터넷 세상의 얼굴은 보고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밀려오지만, 나는 빈 바탕이 주는 여유와 겸손이 좋다. 이 글도 곧 Document1이 아닌 다른 제목의 글로 바뀔 것이다. 그렇게 나의 글들은 하나씩 차곡차곡 쌓여간다. 언제까지 글 쓰는 게 좋을진 장담할 수 없지만, 쓸 수 있을 때, 그리고 쓰기를 좋아할 때 이렇게 매일 글을 쓴다는 건 분명 잃어버린 행복의 조각을 주워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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