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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일정한 궤도에 오르기 위한 부단한 노력. 간신히 오른 궤도에서 느끼는 환멸. 그곳에서 벗어나려는 부단한 노력. 이 거대한 사이클. 이게 인생이라면 참 서글프다. 궤도란 무엇이고 왜 올라야 하는 걸까. 그 궤도에 오른 사람 중에 과연 그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 의미를 알게 될 즈음에야 비로소 그곳을 벗어나려는 마음이 드는 게 아닐까. 의미를 모를 때만이 오히려 그 궤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좇는 건 아닐까.
궤도에 오르지 못한 사람은 궤도에 오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궤도에 오른 사람은 행복과 만족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이 아이러니. 대부분은 이 둘 중 하나이거나 그 사이 어느 즈음엔가 놓인다. 모순된 인생. 덧없는 인생.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인생만이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결론, 그래서 ‘지금 여기’를 최대한 느끼며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이 답이라는 결론에 다다르지만, 정작 두 손에 성취감이 주어지지 않음으로부터 다시 허무함을 느낀다. 답을 얻은 것 같았으나 여전히 영점에 다시 덩그러니 놓인 것 같은 기분. 이럴 때면 다시 인생의 무상함을 생각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오늘’을 만끽하려고 애쓰는 모습도 처량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한때의 즐거움을 위해서 사는 것만 같다는 느낌이 온몸을 옥죄어 온다.
눈을 돌려 타인들을 가만히 살펴본다. 꽤 괜찮은 인생을 사는 사람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이중적이다. ‘오늘’을 살아내려는 자세는 적당히 이론적인 수준으로 놓아두면서 조용히 성취를 좇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성취가 남들이 볼 때에도 충분히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것이다. 다시 의문에 빠진다. ‘지금 여기’를 찬양하는 것은 어느 정도 성취를 누리고 있는 자들의 고급진 성찰에 불과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슬며시 고개를 쳐든다.
이 난처한 기분. 불경스럽기까지 하다. 결국 우린 자본의 노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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