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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아련함의 굴레

가난한선비/과학자 2020. 5. 29. 06:07

아련함의 굴레.

이 새벽, 나는 이따금씩 아련하게 떠오르는 기억에 또다시 잠긴다. 그곳의 나는 날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상처 덕분에 좁아질대로 좁아진 눈으로 타자의 상처를 돌아보지 못한다. 온 세상이 슬퍼보이는 건 그저 내가 강등되었기 때문이다. 낮아짐을 당하고서도 인간은 여전히 자기중심적일 수 있음을 나는 몸소 보였던 사람이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거나, 혹은 낮아진 자신을 받아들이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겸손의 시작 혹은 통로일 수는 있으나 겸손은 아니다. 겸손은 나를 넘어 마침내 타자에까지 이르는 여정의 열매다. 철이 든다는 것, 성숙하다는 것은 자기반성을 통하지만 그것이 여전히 자기중심적이라면 그건 진정한 자기반성이라 할 수 없다. 진정한 자기반성이란 자기자신을 넘어서는 것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난 어떻게 행동할까 묻는다. 답을 하기 전에 벌써 난 두렵다. 언제나 다각도에서 벌어지고 번져오는 복잡한 상황 가운데 과연 내가 내 욕심을 내려놓거나 내 상처에 갇히지 않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그렇게 흘려보낸 나날들이 아쉬움과 후회로 아련하게 아파오지만 이 아련함도 결국엔 그저 아련함만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자기중심적이고 교만한 아이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현재의 컨텍스트에 과거의 반성을 적용해본다. 그래도 여전히 망설이는 내 모습이 보인다. 아직도 난 잡혀 있는 것이다. 나의 깨달음은 말과 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는 과거의 아련함을 현재로 불러온다. 지금 여기에서도 과거는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아,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놓치고 잃어버린 채 아파해야 하는 걸까. 과감함, 용기, 결단. 이런 요소들이 문자의 굴레를 벗고 나와 합일이 되어 현명하고 지혜롭게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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