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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척하는 얕음.
이미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나는 짧은 글로 무거운 주제를 잠언식으로 쓰는 포스팅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근거를 대며 논리를 어느 정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인생 달관한 사람이나 지혜자처럼 툭툭 단도직입적인 평서문이나 명령문을 남발하는 스타일의 글에서 나는 일종의 무례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글을 짧게 쓰는 사람들이 모두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페북에서 보면 대부분이 그런 것 같다. 뭐 그렇게 많이 알지도 깊이 알지도 않으면서, 마치 어디서 주워듣거나 머리를 한 번 스쳐간 생각을 진리인 것마냥 써대는 이들이 짧을 글 쓰는 사람 중엔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보통 생각이 정리가 되어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꼬치꼬치 캐물으면 금새 그의 논리는 바닥이 나거나 어줍짢은 모순으로 일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론 스스로도 내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그 모순을 알게 되어 겸연쩍어하기도 한다. 대학생, 대학원생 시절에도 나는 이런 식으로 말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에 대해서 민감할 정도로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과의 토론은 보통 잘 이어지지 않고 감정으로 금방 치우칠 때가 많았다.
나는 그들의 허접한 논리를 까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논리를 탄탄히 갖춰야만 말을 할 수 있거나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경멸했던 건 그들의 위선이었다. 뭔가 아는 척, 뭔가 달관한 척 하며, 스스로도 진짜 그렇게 믿는 그 허세가 난 정말 싫었다. 내가 그것마저도 품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어린 날의 나 역시 그들과는 다른 면에서 위선적이었기 때문에 이제와서 뭐라 말할 수는 없다. 어느 면이냐가 다를뿐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위선적이고 허접하며, 그러면서도 우기고 싶어하는 유아적인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의 그 짧게 툭툭 던지는 말에서 지혜를 구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다. 마치 모든 게 정리된 것처럼, 마치 수많은 복잡함을 넘어서서 비로소 단순한 평안을 얻은 사람인 것처럼 굴지 마라. 당신의 얕음을 주의하라. 길게 쓸 줄 모르면 짧게 쓰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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