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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나날.
평일과 달리 주말엔 가능한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 COVID-19 상황으로 아이는 거의 하루 종일 집에 있다.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책장 하나로 이루어진 작은 방은 아이가 공부하는 장소이자 노는 장소, 그리고 자는 장소가 되었다. 밥 먹을 때와 산책할 때, 장 보러 따라나설 때, 함께 수영하러 갈 때를 빼곤 집 안에 온종일 갇혀 있는 셈이다. 내가 저 나이 땐 하루 종일 집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밖에서 아이들과 너무 뛰어놀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 우리가 처한 이 상황이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아카데믹한 면에선 경우에 따라 더 빠른 진도를 나갈 수도 있을 테고, 더 많은 시간을 공부라는 것에 할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 생활이라는 게 어디 교과 공부로만 이루어지던가. 아이들에겐 작은 사회이자 작은 세상을 미리 경험하는 장소로 학교라는 시스템이 역할하고 있지 않았던가.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부작용의 여파는 아마도 아이들이 가장 많이 받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조용히, 아주 조용히.
오늘부터 기온이 떨어졌다. 한낮의 온도가 화씨 90도를 넘지 않는다. 이번 주 일기예보를 보니 점점 더 떨어진다고 한다. 10월 말, 여기 태양의 도시 서던 캘리포니아에도 바야흐로 가을이 스며들고 있다. 점심을 먹고 아이와 산책을 나가서 맥도널드 아이스크림 콘을 사 먹고 왔다. 약 한 시간 정도의 산책에 아이의 목덜미와 등은 땀으로 얼룩졌다. 머리카락에 이슬처럼 맺히는 땀방울을 보니 아이의 어릴 적 기억이 잠시 스쳐 지나가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이제 열한 살인 소년, 아직 이차성징이 일어나지 않은 아이. 다시 아빠와 단 둘이 앞으로 1년은 더 함께 해야 하는 이 대견한 아들. 높고 파란 하늘에 비친 기분 좋은 햇살이 눈부신 하루였다.
땀이 난 아들이 곧바로 수영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늘 저녁 시간에 수영을 즐겼었는데, 마침 기온이 떨어져 오늘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차였는데,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수영복을 갈아입고 단지 내 수영장에 가니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달아오른 몸, 차가운 물. 기분 좋게 물을 가로지르며 아들과 나는 수영도 하고 물놀이를 하며 오후를 보냈다.
자쿠지에 앉으면 언제나 주위의 존재자들이 말을 걸어온다. 이 모든 현재는 꿈만 같은 기억이라고, 마치 오늘을 이미 살아본 미래의 내가 나에게 말을 건네주는 것 같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자못 불안한 마음이 사라졌다. 나는 다시 겸손하고 경건한 자세로 나에게 주어진 이 상황을 감사했다.
일요일이 저문다. 자고 나면 또 한 주의 시작이다. 나는 또 새벽부터 서둘러야 하겠지만, 뜻밖의 마음의 위로를 얻은 나는 왠지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심정이다. 이번 주는 저번 주보다 조금은 더 감사를 회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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