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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의 중요성.
내공, 내공, 내공 타령하는 사람의 말을 그리 주의 깊게 들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공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내공은 중요하다. 겉으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만 신경 쓰다 보면 어느덧 자신의 가벼움을 대면하는 날을 맞이하게 된다. 터무니없이 가벼웠던 자신의 무게를 터무니없이 빨리 실감한 사람이 처절한 고민 끝에 도달하는 지점 역시 내공에 관련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한 모든 사람이 내공 연마에 돌입하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맛봤던 단물의 힘을 포기할 수 없어, 계속해서 내적인 자아보다 외적인 자신의 모습에 치중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모습, 외부에 비친 모습, 적당한 거리 너머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알아주는 자신의 모습, 만족스럽고 또 그렇게 보이고 싶은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본인의 선택은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큰 위험요소가 된다. 가진 게 없는 자가 가진 것처럼 보이고 싶은 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욕망을 실체화하여 은밀함을 거세시키고 자신이 만든 제2의 자아를 제1 자아와 바꿔치기하게 될 경우, 가장 필요한 수단은 거짓과 위선이다. 실재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실재하는 것처럼 행세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거품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참 서글프고 불쌍한 인간의 민낯 중 하나다.
내공은 중요하다. 찌를 수 있다고 해서 다 찌르는 건 아니다. 찌를 수 있음에도 찌르지 않는 힘은 절제와 자기 관리, 그리고 겸손까지 연결되는 축으로 곧장 이어진다. 기술을 갓 배운 혈기왕성한 자는 자신이 배운 기술을 써먹을 곳만 눈독 들이게 된다. 모든 것이 기회로 보이는 착각을 하게 되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내공 없는 사람의 전형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기술을 연마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충분히 숙성시킨 사람은 함부로 그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일종의 분별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차후를 생각하게 된다. 치기 어린 자에게는 기술을 써먹는 행위 그 자체만이 중요하지만, 숙련된 자에게는 그 기술이 쓰이고 난 이후의 상황까지도 마음에 담는다. 안 쓰이느니만 못한 기술은 자신이 아무리 힘들게 배웠다 할지라도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 자신만 반짝 드러내는 게 유일한 목적인 기술, 혹은 단기간에 사그라들고 마는 기술은 그냥 기술일 뿐이다 (전문용어로 잡기라고 한다). 내공이 중요한 이유다. 내공, 내공 탓할 필요는 없지만, 나는 꾸준히 그리고 조용히 내공을 키우는 사람을 존경한다. 빈 깡통은 요란한 법이다. 알맹이 없는 말과 글로 치장된 겉모습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감만을 상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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