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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와 자유.
시간 감각을 잃어버릴 땐 종종 어른도 아이가 된다. 해맑은 웃음으로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있을 때 어른의 머릿속 시간은 멈춘다. 그런 순간을 나는 사랑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그러다가도 머지않아 어른은 시간을 감지하기 시작한다. 아이에서 다시 어른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사리분별과 도덕적 판단과 여러 규칙과 약속들이 서서히 떠오르며 어른은 다시 시간에 구속된다.
아이가 어릴 적 나는 아이에게 시계 보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쓸모없는 지식을 가르쳐준다는 생각까지 한 적이 있다. 녀석은 시계를 보지도 찾지도 않았다. 필요 없었던 것이다. 아이는 시간에 구속된 존재가 아니었다. 시간이 지배하지 않는 세상에서 시계란 의미없는 물건일 뿐이었다. 의미없는 물건을 사용하는 방법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나에겐 그런 존재가 아이였다.
어른들 얼굴에서도 아주 가끔 해맑은 웃음이 비칠 때가 있다.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적잖은 감동을 받는다. 그러면 그 사람이 좋아진다.
어른이 아이보다 자유로울까. 시간의 쳇바퀴에 영혼을 맞추고 덜그럭거리며 사는 인생과 자유를 동시에 연상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에 머물지 않고 어른이 된 걸 감사한다. 시간에 구속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 즉 인간의 숙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한계 내에서 아이가 될 수 있는 모든 순간에 아이가 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아이였던 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면서 시간에 구속된 삶을 다시 성실하게 살아가는 어른이 되었음을 감사한다. 진정한 자유는 무언가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를 일컫지 않는다. 그것은 그 너머에 있다. 한계를 인지하지만 거기에 굴복하지 않는 지혜에 진정한 자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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