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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누군가의 일탈이 부러울 때가 있다. 안정적이었고 모든 것이었던 세계를 조용히 헤집고 나와 뚜벅뚜벅 새로운 세계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걱정보다는 부러움이 앞설 때가 많다. 그것이 별 조짐 없이 돌연히 일어난 경우라면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나는 현실의 무게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돌리고 만다. 그리고 나는 왜 안주하는가, 하고 묻는다.
그 사람의 내면에선 무언가 소리 없는 폭발 같은 게 일어났던 게 틀림없다. 조용하지만 삶의 무게와 거뜬히 비견될 만큼의 혁명이 일어났던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 여진의 흐름을 따라 나선 것이다.
현실적인 눈을 생각해본다. 그 사람 역시 그럴만 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그럴 것이라고, 반드시 그래야만 된다고 스스로 되뇌인다. 혁명의 여진을 따라 나서는 것도 다 시기가 있는 거라고 흥분된 내 가슴을 토닥인다. 나는 용기가 부족한 게 아니라 시기를 아직 못 만났을 뿐이라고 말한다.
삶의 궁극적인 변화를 일궈내는 일탈은 객기도 이벤트도 아니다. 새로운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그것이 아주 작은 걸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인생에선 위대한 도약이다. 그러니 일탈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 그건 관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일방적으로 내린 정의이니까. 도약이라고 하자. 안정성을 업고 있는 삶의 관성을 이겨낸 위대한 도약이라고 하자. 그러나 그 도약마저도 시공간에 매어있다. 어쩌면 그 도약의 순간에 현실을 끌어안고 책임감의 목소리에 순종하며 주어진 것들을 지켜내기로 결단하는 게 더 커다란 도약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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