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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노동과 저항

가난한선비/과학자 2021. 3. 9. 03:26

노동과 저항.

낮게 깔린 회색 구름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흐린 날 하늘은 한층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정확히 일 년 전 오늘 나는 힘들었던 이사를 끝내고 똑같은 창을 통해 똑같은 하늘을 보았다. 맑고 탁 트인 시야에 기분이 좋았다. 피곤한 몸이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일 년이 지난 오늘은 정반대가 되었다. 내 몸이 아닌 바깥의 날씨가 나의 내면을 더 잘 대변해주는 것 같은 아이러니에 나는 그냥 피식 웃고 만다.

땀 흘려 피곤한 몸과 맑은 정신일 때 나는 보람을 느낀다. 살아있는 것 같고 삶에 긍정이 생긴다. 억압받지 않고 땀을 흘릴 수 있다는 건, 그리고 회복을 위해 쉴 수 있다는 건 인간에게 부여된 축복임이 틀림없다. 노동은 내가 인간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신성한 그 무엇이다. 인간이 육체를 가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머리를 주로 쓰고 몸이 편한 일을 할 때는 인간됨을 느낄 때가 드물다. 가끔은 땀 하나 흘리지 않고 땀 흘린 사람과 동일하게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것에서 나는 죄책감을 느낀다. 정신노동도 노동이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육체노동에 더 많은 신성이 깃든다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간적이면서 가장 신적인 모습을 나는 땀 흘리는 인간으로부터 보고 있는 것이다.

편함과 편리함이 점점 저항의 대상이 되어간다. 자꾸만 더 편하고자 애쓰는 본능에 저항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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