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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모순: 부족함과 충분함의 의미

가난한선비/과학자 2021. 4. 9. 15:07

모순: 부족함과 충분함의 의미.

우린 스스로에겐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자주 환기시키며 겸손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랑하는 배우자에게만큼은 자신이 충분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당신은 이게 부족해”, “당신은 저것만 갖추면 더 완벽해질 거야.” 이런 말보다는, “당신 지금 충분히 좋아”와 같은 말을 더 듣고 싶어 한다. 안다. 정확하지 않은 말이다. 배우자 역시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부족하다는 걸 모를 리가 없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린 그러한 정확한 사실이 아닌 부정확하고 과장되며 때론 허황된 것 같은 말을 듣고 싶어 한다. 그것도 진심으로.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만약 그런 말을 진심으로 듣게 된다면 감동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모순된 말을 들으면서 사랑을 느끼곤 한다. 이성의 영역을 넘어서는 말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말만으론 2% 부족하다. 이렇게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날 진심으로 필요로 한다는 말을 듣게 될 때 비로소 그 부족함이 채워진다. 부족함과 충분함 사이의 그 어딘가에서 우린 사랑을 느낀다.

사랑한다는 말의 진정성을 한 마디로 따지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또 서로의 부족함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혹은 그러므로 (!)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지금 당신이면 충분하다고 고백하고 표현하는 행위. 진정한 사랑의 한 단면이 아닐까 한다. 이해하진 못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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