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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랑: 두 가지 여행.
사랑하는 이와 둘이서 떠난 낯선 곳으로의 여행. 사랑하는 이는 안전한 포구가 된다. 익숙함이 그리워지는 순간, 사랑하는 이는 집이자 안식처가 된다. 초점이 다시 맞춰지는 순간이다. 진작 이랬어야 했는데, 우리의 무뎌짐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쉼을 얻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랑과 안식이 분리되어 버린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 둘의 자연스러운 동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혼자 떠나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 낯선 곳에서 우린 본능적으로 낯익은 그 무엇을 찾는다. 버팀목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기시감을 느끼기도 하고 먼 기억의 저장고에서 무언가 흡사한 것을 떠올리기도 하며 안정감을 찾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온 여행에서 이 과정은 자주 잊힌다. 자기 자신의 내면과 과거를 들여다보기 이전에 우리의 시선은 사랑하는 이에게 머물러 거기서 만족 아닌 만족을 느끼려고 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랑은 두 가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모두 즐길 줄 아는 사이에서 싹트는 것 같다. 굳이 순서를 정하라고 한다면, 혼자만의 낯선 여행에서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여 볼 줄 아는 과정이 먼저라고 할 수 있겠다. 부족하고 별 볼일 없는 자기 자신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사랑하는 이와 떠난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서 서로를 건강하게 의지하고 또 의지할 곳이 기꺼이 되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아내와 다시 함께 하는 내년엔 꼭 이런 시간을 내야겠다. 잃어버린, 놓쳐버린 소중한 많은 시간을 조금이나마 만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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