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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형평성과 도덕성

가난한선비/과학자 2021. 4. 22. 02:28

형평성과 도덕성.

우리는 누군가를 대상화하여 도마 위에 올리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부인할 수 없는 사실 한 가지는 원하지 않아도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대상화되어 그 사람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인지할 때 우린 필연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다다른다. “나도 대상화되는 마당에 왜 나는 남을 대상화하면 안 되는 걸까?”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자신이 누군가의 도마 위에 올라 난도질 당한 경험이 있다면 이 질문 앞에서 이성적이기보다는 본능적이고 말초적인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보복’의 차원에 머무는 것이다. ‘정당방위’라는 식으로 스스로는 의미를 부여할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최종 선택은 자기 자신도 자신을 공격했던 사람처럼 칼을 쥐고 도마 앞에 서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질문 앞에서 이와 비슷한 선택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답 없는 질문이 계속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형평성과 도덕성은 항상 함께 가지 않는다. 도덕성은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공격 받은 뒤 공격하지 않기. 이런 어려운 선택이 약자와 소수자의 전유물이 되는 상황은 물론 옳지 않다. 그것이 문화와 시대조류가 된 현세대에 대해 생각하면 나도 암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자발적인 희생을 감당하는 숭고한 선택이 없다면 인간의 도덕성은 과연 지켜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수의 제자가 되는 길에서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세상에서도 힘을 갖고 예수님도 따르며 구원도 받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건 불가능한 망상이자 환상이다. 내가 사탄이라면 바로 이 생각을 진리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세뇌시킬 것이다. 자발적으로 예수를 오해하고 합리화하여 조롱하고 등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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