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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전 상실의 존재 의미.

오가와 요코 저, ‘우연한 축복’을 읽고.

이 얇은 단편집에 수록된 일곱 편의 에세이 같은 소설은 제목에서처럼 ‘우연한 축복’을 공통점으로 가진다. 축복은 일견 획득의 뉘앙스를 풍긴다. 우연히 찾아온 선물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획득 이전에 언제나 있었던, 그러나 번번이 잊히고 마는 상실의 존재를 조용히 일깨우고 작고 낮은 목소리로 덤덤하게 들려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삶이란 원래 그런 것처럼, 커다란 상실 뒤에 찾아온 우연 같은 축복을 감사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나를 찾아온 축복들을, 그 이면에 자리했을 상실들을, 그리고 그로 인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던 감사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감사를 회복한 상태로 맞이하길 바라면서.

상실 이후에 찾아온 선물 같은 축복. 잃었다 얻는 과정을 감히 축복이라 할 수 있는 까닭은 선행된 상실 덕분에 그 뒤에 찾아온 작은 축복이 깊은 의미를 가지고 우리의 삶을 이끄는 힘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감성과 이성을 모두 가진 인간에게 잃었다 얻는 과정은 바로 삶, 그 자체다. 그리고 축복은 ‘겨우 제자리’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침내 제자리’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제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마음. 나는 후자이길 조용히 바라본다.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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