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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의 무게.
언젠간 터지겠지, 하면서도 막상 그 일이 터지면 의외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충분히 예상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상하지 못했던 무언가가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예상의 현실화랄까. 그것을 직접 겪고 받아들이는 나의 반응만은 언제나 예상 밖의 일이다. 벌어질 일은 예상할 수 있지만 그 일을 실감할 나 자신의 상태는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예상에 실패한다. 예상하고도 의외라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된다.
나는 그 차이가 ‘무게’라고 생각한다. 예상은 현실이 될 때 비로소 무게를 가지는 것이다. 그 무게를 실제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감당한다’라고 표현한다.
아이와 어른의 차이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감당한다는 것. 무언가를 겪어내고 받아들이고 또 앞으로 나아가는 것. 모든 매듭을 풀었기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의 매듭은 풀리지 않은 채 잊히고 만다. 말끔한 문제의 해결이란 환상일지도 모른다. 시간의 흐름 위에 부유하며 흘려보내는 것이다. 감당한다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의외로 완전성 혹은 완벽함 따위의 단어와는 아주 거리가 먼 개념이 아닌가 한다. 성숙한다는 것도, 어른이 된다는 것도, 철이 든다는 것도 어쩌면 감당한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 아닌가 한다.
부족함, 모자람, 실수 같은 단어에 너무 부정적인 색채를 입혀왔던 것 같다. 완전해야 하고 완벽해야 제대로 사는 거라고 이해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어른이 되지 못한다고 여겼던 것 같다. 이젠 다르게 생각한다. 아니, 정반대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는 더 이상 나의 부족함과 모자람과 실수들을 나라는 존재자의 속성에서 배제시키지 않기로 한다. 비겁한 것도 실패한 것도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용기 있는 것이며 이기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 안에 있던 많은 괴리감의 근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괴리감에 휩싸인 채 불필요한 채찍질을 해대느라 허비했던 젊었던 나의 많은 나날들! 이젠 감싸 안기로 한다.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에 방점을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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