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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고요와 맑음.
부산물이 아닌 목적을 향해 정진하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은 아름답다. 반면, 부산물이 목적이 되어 그것을 쫓아 전 인생을 바치는 사람, 쫓기 위해 쫓기는 사람을 볼 때면 언제나 혼란스럽다. 좋게 말하면 처세술이 좋다는, 나쁘게 말하면 약삭빠르다는 인상으로 인해 처음에는 매력적으로 느껴지다가도 금세 그 효력은 사라지고 만다. 표면적으론 가진 건 많아 보이지만 내실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진다. 아니, 아예 몰라도 상관없을 것 같다. 아니, 가능하다면 모르면 좋겠다. 으리으리한 특급 호텔 방에 혼자 덩그러니 놓인 사람 같은 느낌이랄까. 가까이 하고 싶은 생각이 생기지 않는다. 저 사람의 외로움은 파괴력을 지닐 것 같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가까이 다가서면 다칠 것 같다. 저 방과 저 방에 꽉 찬 물건들을 모으느라 저 사람은 얼마나 소중한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을까, 하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한 우물 판 장인, 자수성가 등등의 휘황찬란한 표현의 뒷모습은 언제나 쓸쓸하고 씁쓸하다. 그것들의 앞모습만을 보고 달리던 젊은 날들은 그 자체로 소중한 의미를 가지겠지만, 그 젊은 날의 가려진 눈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몰랐기 때문에, 못 봤기 때문에,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달릴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모를 때 가질 수 있는 열심과 순수함이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그것들을 고수한다면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내 눈엔 그 사람이 겸손하거나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저 철이 덜 든 것 같은 느낌이다. 과장하자면, 지혜롭지 않다거나 무식하다는 말도 나쁘지 않겠다.
관건은 알고 나서의 모습이다.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인생의 높고 낮은 점을 다 지나본 사람의 순수함의 차이 말이다. 거만해지지도 옹졸해지지도 허망해하지도 않는 그런 사람. 눈에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깊은 고요와 맑음이 그 안에서 조용히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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