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앎 그리고 연단.
갑자기 모든 게 완벽하다고 느껴질 때조차 나는 그 순간이 쉬이 사라지리라는 것을 예감한다. 껑충 뛸 듯 기쁜 마음에 모든 게 밝게 느껴지다가도, 한낮의 뜨거운 해가 사그라지듯 그 순간도 곧 사라져 버리고 말 거라는 걸 예감한다. 그럴 때면 언제나 서글퍼진다. 가끔은 이런 서글픔이 먼저 밀려와 기쁨의 순간을 앗아가기도 한다. 안다는 건 슬픈 일이다.
무언가에 익숙해지면 전에 놓치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전에 볼 수 있었던 것들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익숙해진다는 건 양적인 변화가 아닌 질적인 변화이며, 이는 종종 양적인 감소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를 정제된다고 표현할 수도 있고, 성숙해지는 과정이라 할 수도 있겠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알아나가게 될까. 호기심이 이젠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한편으론 두렵다. 또 한 번 강을 건너게 될까 봐.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될까 봐.
그렇다고 모르기로 작정할 수도 없다. 적당히 거스르는 것도 있고, 적당히 흐름에 맞춰가는 것도 있기에, 홀로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고서야 앎은 필연이기 때문이다.
잦은 떠남과 정착의 반복된 사이클이 가져다주는 의외의 유익이 있다. 적어도 꼰대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기반이 흔들리고 중심을 다시 잡아야 하는 일련의 과정. 연단이라고도 부르는,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과정. 나는 한층 성숙해질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허공에 외치기도 한다. 이게 인생이라고, 다들 어렵다고, 사연 없는 사람 없다고 말하며 오늘도 나는 나를 군중 속에 묻는다.
'in mono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무거나 (0) | 2021.08.24 |
|---|---|
| 어른 (0) | 2021.08.23 |
| 낮은 점에서 (0) | 2021.08.08 |
| 깊은 고요와 맑음 (0) | 2021.08.05 |
| 2021 세종도서 기독서적 (0) | 2021.07.25 |
-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