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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가볍고 강한 글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2. 3. 00:54

가볍고 강한 글

빼기, 압축하기, 말하지 않기. 좋은 글은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부풀리는 게 아니라 간결하게 압축하는 과정을 통과한 글이며, 궁극적으로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법을 구사하는 글이다. 이런 글은 가벼우면서도 강하다. 힘이 잔뜩 들어간 글을 읽고 있으면 읽는 이도 힘이 든다. 글을 쓸 때 힘을 들이는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이를 다른 말로 하면 허세다. 허세는 실제로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마치 가진 것처럼 속이는 행위다. 어지간해선 잘 드러나지 않지만 글쟁이들에겐 보인다. 그 사람의 허세와, 허세 뒤에 숨은 허영과, 허영 뒤에 숨은 교만이 감지된다. 드러내서 드러나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드러내지 않고 드러나는 글, 말하지 않고 말하는 글, 문장이 아닌 문장 사이로 말하는 글, 즉 텍스트가 아닌 빈 공간, 여백으로 말하는 글이야말로 좋은 글이다. 더 버리고 점점 가벼워져야 한다. 빼고 압축하고 말하지 않고 강해져야 한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된 사람에게 글은 연습만이 아니라 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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