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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새로운 시작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7. 17. 12:01

새로운 시작

과거의 청산 없이 새로운 미래가 불가능할 것 같지만  우리의 실제 삶은 과거의 어두운 흔적과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시작과 항상 맞물리는 법이다. 새하얀 도화지 위에서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충만하더라도 우리가 가진 도화지 위에 이미 그려진 그림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물감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을 우린 곧 재확인하게 된다.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 나의 현재의 의미가 그렇게나 잊고 싶고 지우고 싶은 과거의 바탕 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 절망과 허무에 빠질 수 있는 충분한 순간. 그러나 나는 가느다란 실처럼 살아남은 소망 하나를 붙잡는다. 어쩌면 그 순간은 눈이 한층 깊어지는 순간일지 모른다고. 어쩌면 이 순간을 통해 나는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 과정을 통과하지 않으면 새로운 시작은 이상일 뿐일지 모른다고.

다만,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과거의 재해석. 그리고 그것을 통한 수용. 새로운 시작은 기억의 삭제가 아닌 기억의 재해석에서 비롯되고 과거를 버리는 게 아니라 과거와 화해하고 과거를 끌어안음으로 가능해진다. 한층 낮은 자세로, 한층 낮은 점에서. 그렇다. 낮아지는 것. 진정한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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