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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의 기억
최저 기온 섭씨 2도. 바람이 매섭다. 긴팔 옷을 입고 밖을 나섰다가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집으로 들어와 옷장을 열고 조금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는다. 오랜만에 온몸으로 느껴보는 추위다.
피부로 기억하는 추위가 있다. 두 시공간이 떠오른다. 하나는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연천을 오가며 GOP 철책근무를 서던 5사단 열쇠부대에서의 군생활이다. 영하 20도 이하의 기온이 연일 지속되던 나날들이 기억난다. 지긋지긋한 추위에 불평을 해대며 메마르고 얼어붙은 땅바닥을 발로 걷어차던 나날들. 군인이랍시고 웃통 벗고 구보를 한 뒤 허옇게 얼어버린 눈썹을 훈장처럼 달고 돌아와 목구멍 깊숙이 날카로운 바람을 들이마시며 숨을 고르던 나날들. 야산에 뜨거운 오줌을 싸고 얼마나 빨리 어는지 신기해 하며 지켜보던 나날들. 온도계가 고장났는지 장갑 낀 손으로 툭툭 쳐보며 봄을 기다리던 나날들.
다른 하나는 캘리포니아로 이사하기 직전 인디애나에서 맞이했던 기나긴 겨울이다. 아침마다 얼어버린 자동차 유리창을 녹이느라 시동을 걸고 한참을 기다리던 나날들이 떠오른다. 밤새 내려 수북이 쌓인 눈과 그새 얼어버린 얼음을 치우느라 장갑 안쪽까지 흥건히 젖어버려 아침부터 불유쾌한 기분으로 시작하던 나날들. 따스하게 보이는 볕에 앉아도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던 그 절망스럽던 나날들. 장갑 낀 손이 얼어 어찌할 바를 모르던 나날들. 하지만 이제 모두 지나가버린 옛 이야기들.
내일은 강원도 정선을 향한다. 2박 3일 연구단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몸과 마음이 쉼을 얻고 돌아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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