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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머뭇거림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12. 31. 17:19

머뭇거림

마지막에 다다를 때면 어김없이 나는 후회와 반성으로 마음이 착잡해진다. 처음에는 해야 할 것들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다음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또 해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미련 가득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원망, 자책하게 된다. 그러나 나의 불완전함이 나의 진정한 부족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불완전함을 악마화시키고 탓하여 마치 잘만 하면 완전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내 과거를 단순화시켜버리는 비겁함이야말로 나의 고질적인 부족함이다. 이 비겁함은 삶에 아무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도 못하면서 언제나 해답처럼 나타나 깊은 성찰을 가로막는다. 더 이상 비겁해지지 않는 것,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믿는다.

진정한 겸손의 출발은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므로 완전하지 못했음을 탓할 게 아니다. 나는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완전하지 못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나는 완전해지길 원하지 않는다. 대신, 불완전하지만 사랑하며 살고 싶다. 더불어 나의 성찰은 ‘나는 얼마나 완전하지 못했는가’가 아니라 ‘나는 얼마나 사랑하지 못했는가’로 수정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고 한해의 마지막날 부끄러움까지 느끼며 이렇게 머뭇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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