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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대청호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4. 1. 21:52

대청호


강렬한 햇살. 광활한 호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적막.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탁 트인 가슴을 맞이한다.

주위를 둘러싼 벚꽃길을 걸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들. 아무런 일정이 잡히지 않는 주말이면 대전의 명소를 둘러보기로 작정했었다. 처음 찾은 대청호는 눈부셨다.

경건한 마음이 되려는 찰나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풍겨왔다. 우린 셋 다 동시에 호떡이다, 라고 말하며 피식 웃었다. 주차를 하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다름 아닌 호떡집. 세 개 육천 원. 찹쌀 호떡이었다. 뜨거워서 화상 입지 말라고 호떡 하나를 감쌀 만한 크기로 자른 마분지 세 개를 꼭 가져가라고 말씀하시는 호떡 아주머니. 저기 올라가면 뭐가 있어요?, 하고 물으니, 대뜸 첨인교?, 하며 되물으시는 눈치 빠른 경상도 아주머니. 덕분에 넉넉한 마음이 된 나는 친절한 설명을 듣고 대청호와 주변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이러다가 대청호 하면 호떡이 떠오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느새 만개해버린 벚꽃. 이번 주엔 다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찰나의 아름다움. 떨어지는 것도 아름다운 벚꽃처럼 남은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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