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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평안하기를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4. 4. 17:28

평안하기를

잔뜩 찌푸린 하늘, 잿빛의 그라데이션이 곧 내릴 비를 예언한다. 푸른 하늘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캘리포니아에서 매일 같이 습관처럼 맞이하던 그 청명한 하늘이 그립다. 이제 곧 아이들은 하늘을 그리라고 하면 무슨 색의 물감을 선택할까. 하늘색 크레용을 보고 왜 이름이 하늘색이냐고 묻는 아이들이 나오지 않을까.

오늘 밤부터 내일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모처럼 일찍 집에 온 아들은 때마침 배달된 새로 산 축구화를 들고 무슨 생각에 잠길까. 아들과 공 차러 가는 일정은 하는 수 없이 며칠 뒤로 미뤄야겠다.

퇴근 길이다. 버스의 커다란 앞유리에 벌써 빗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지난 주말에 벚꽃을 구경하고 온 건 완벽한 타이밍이었던 셈이다. 내리는 비, 떨어지는 꽃잎, 마음만은 평안하기를. 배달된 성경 세 권을 들고 집을 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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