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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쇤부른 궁전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3. 28. 23:11

오스트리아 빈 (비엔나) 나들이
: 사진 속 단편들 #10
- 쇤부른 궁전


벨베데레가 근사한 미술 전시관이라면, 쇤부른은 그야말로 궁전이다. 18세기 합스부르크 왕가의 부와 권력을 상징하듯 쇤부른 궁전은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여름 별장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이럴수가! 별장이라니!). 천 개가 넘는 방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건물. 관광객에겐 마흔 개 정도만 공개되는 곳. 우린 오디오 가이드를 받으며 그곳을 모두 구경했다.

구하기 힘든 나무로 방을 도배했다느니, 금칠을 했다느니, 어떤 유명한 미술가가 그림을 그렸다느니 하는 말들이 곳곳마다 그 방을 설명하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방 중 하나는 모짜르트가 첫 피아노 연주회를 했다고 전해지는, 그러나 지금은 피아노가 없는, 방이었다 (그렇다. 모짜르트도 오스트리아 출신이란다). 그 방에 피아노가 한 대 있었다면 어린 천재 모짜르트가 연주를 하던 모습을 상상하기에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짜르트는 영화 속에서나 본 허구적인 모습에 불과한데, 실제로 모짜르트가 연주했던 방에서 누군가가 피아노 연주라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조금이라도 허구에 살이 더 붙지 않았을까. 정말 아쉬웠다.

오디오북을 통해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를 띄엄띄엄 들으며 부와 권력이 가진 힘을 웅장하고 거대하고 화려한 궁전의 모습으로 접하니 기분이 묘했다. 이 숨막히는 아름다움도 결국 허영과 사치의 열매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나는 못내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부익부 빈익빈 중 부익부 끝판왕의 모습이 이렇게나 눈부실 수 있다니 말이다.

궁전을 둘러싼 거대한 정원은 끝이 보이지도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꽃이 만발할 언젠가 나는 다시 이곳을 찾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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