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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구름
걸으면 물방울이 얼굴에 와닿는다. 쓰고 있던 안경이 그 증거다. 작은 물방울들이 알알이 맺혀있다. 손바닥을 위로 향하며 허공을 향해 팔을 펼쳐본다. 떨어지는 물방울이 없다. 물방울은 위가 아닌 앞에서 온다. 나는 비를 맞고 있는 게 아니라 구름 속 한가운데에 골고루 퍼져있는 물방울들을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눈을 들어 먼 곳을 본다. 도시 전체가 구름 속에 잠겨 있는 듯하다. 안개라고 해야 할까, 구름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맞은 건 빗방울일까, 아니 그저 수증기일 뿐일까. 뭐라도 상관없다는 생각. 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 유독 무진기행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날 늦은 오후, 나는 글을 쓰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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