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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의 적막
어젯밤, 평균 110 km/h 로 약 두 시간 고속도로를 달렸다. 불빛으로 환한 도시 주위를 지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칠흑같이 깜깜한 산으로 둘러싸인 지대를 가로질렀던 것 같다. 간간이 보이는 앞선 차들의 붉은 빛을 추월하기도 하고, 갑자기 밝아지며 요란한 사이렌 소리까지 울리는 터널을 빠른 속도로 지나기도 하면서, 나는 마치 지나온 많은 세월을 짧은 시간동안 재빠르게 훑어보는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들었다. 고속의 적막은 흡사 시간을 가로지르는 기분까지 선사해주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어제 하루는 이렇게, 늦은 밤 고속도로 위에서 운전석에 앉아있는, 창에 비친 내 모습으로 기억될 듯하다. 역시, 어제 나눈 대화처럼, 기억이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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