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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돌연변이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9. 20. 08:45

돌연변이

아름다움 한가운데 있을 땐 아름다움이 좀처럼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일탈은 환기다. 나는 인간이 혼자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이러한 연장선에서 깨닫는다. 말하자면 다름과 다양성에 노출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수용하거나 그것과 적절한 선에서 유지할 줄 아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 이 지난한 과정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열쇠라는 생각이다. 타자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 성찰은 주로 혼자 있을 때 주로 진행되지만, 이때의 ‘혼자 있을 때’라는 표현은 고요한 시간을 말하는 것이지 고립되는 상황을 일컫는 게 아니다. 타자는 나에게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축복의 유일한 통로이기도 한 것이다.

타자를 통해 나를 본다는 것은 타자가 단순한 거울 역할을 한다는 말을 뛰어넘는다. 그 거울은 외면이 아닌 내면을 비추고 드러내기 때문이다. 자기 안에 갇힌 자는 자기를 볼 수 없다. 자기 객관화는 내 안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다. 내가 아닌 타자를 통해서 내 내면을 보는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자기애에 빠져있는 사람이 겸손할 수는 없다. 겸손의 시작은 자기 객관화다. 어쩌면 둘은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내가 잘났는데 잘났다고 표현하지 않는 정도를 겸손이라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렇게 애쓰고 있다면, 그전에 눈부터 뜨고 자기 자신을 먼저 객관적으로 보기 바란다. 그건 겸손이 아닌 나르시시즘의 최종 진화한 돌연변이일 뿐이다. 자기 자신을 모르면서 낮출 수는 없으니까. 그러긴 불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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