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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빛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9. 26. 18:44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빛

즉각적인 유익에 아마도 나는 가장 둔감한 사람 중 하나일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면 그렇다. 기초과학이 그렇고, 문학이 그렇고, 철학과 신학도 그렇고, 글쓰기도 마찬가지며, 매일 30분에서 한 시간 운동하는 것도 그러며, 저녁시간을 가족과 어지간하면 함께 보내는 것도 그렇다. 그러고 보면 내 일상은 이런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가끔 정체된 것처럼 느끼기도 하지만, 그런 순간들 때문에 이 소중한 일상을 버리고 허상을 쫓는 어리석은 바보가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다. 진리는 진부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며, 자기애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눈을 뜰 때에야 비로소 진리로 여겨지는 법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내지 못하는 것들. 나는 이런 것들 안에 많은 진리와 보화가 숨어 있다고 믿는다. 말하자면 성실한 지속이다. 이는 신뢰와 믿음을 기반으로 하고, 진정성을 담고 있을 수밖에 없으며, 불의보다는 정의를 지향하고, 교만이라는 같은 뿌리를 갖지만 양 갈래로 나뉜 자만과 자기 비하라는 깊은 두 늪에 빠지지 않고 그 가운데에 서서 조금씩 전진할 수 있는 힘이다. 강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한 빛을 지속적으로 내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일상. 내가 바라고 또 바라는 삶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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