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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배움

가난한선비/과학자 2024. 3. 9. 11:00

배움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유일한 타개책은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배우면 알게 된다. 알게 되면 무지와 무식에서 한 걸음 벗어나고 성장하게 된다. 자유와 해방이 있는 곳엔 희열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속박하는 곳엔 이를 가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지경이 넓어진 사람은 편향적인 사상에 잘 휘둘리지 않는다. 객관성을 얻게 된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배우는 일을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마도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여태껏 견지한 신앙이나 믿음이 근본부터 흔들릴까 봐, 그래서 모든 세계관과 가치 체계가 무너져버릴까 봐 두려운 것이다.

모르는 것을 모른 채로 놔 두길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고집이 생겨난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아마 본인은 그것을 악에 물들지 않는 예방책, 혹은 본인이 가진 신앙을 지키려는 보호책, 혹은 본인이 믿는 대상을 수호하는 해결책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고집은 강해진다. 그리고 자기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진하여 그 세계의 전도사가 되어간다. 
  
물론 모르는 것을 배우게 되면, 지식적인 면만이 아니라 그것으로 파생되는 신념이나 세계관 혹은 신앙이나 믿음도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배움의 이유 아닌가. 지식을 쌓아 아무것도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무엇 때문에 배우려 하겠는가. 그러나 의외로 많은 이들이 이 피치 못할 변화에 미리 색깔을 입히고 악마화시켜 접근하지 못하게 만든다. 놀랍게도 그 열성적인 전도사는 여전히 배우지 않은 채로 남아 있거나, 눈치를 보며 자기가 정의한 악한 세력 주위를 기웃거리면서 서투른 방법으로 대충 지식을 흡수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자의 태도가 될 수 없다. 이미 답을 내리고 상대방의 대답을 자기의 답에 맞춰 받아들이는 태도는 차라리 배우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를 만큼 피해야 한다. 기본 아닌가. 배움의 기본자세는 겸손이라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가진 어떤 믿음을 지키기 위해 배움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탁 하나만 하자.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하지 마라. 물귀신처럼 다른 사람도 당신과 같은 편협하고 옹졸한 사람으로 만들지 마라. 무엇보다 당신만 옳은 것처럼, 당신만이 가장 신실하고 순수한 신앙인인 것처럼 굴지 마라. 배우지 않는 건 자유이지만, 배우려는 사람을 막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범죄일 수 있다. 그 범죄는 아마도 당신이 믿는 대상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믿는 대상은 당신이 수호할 수 없다. 당신이 수호할 수 있는 대상을 왜 믿는가. 누가 신인가. 당신인가, 당신이 믿는 대상인가.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은 당신의 드라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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