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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소중한 사람들

가난한선비/과학자 2024. 4. 24. 19:02

소중한 사람들

이 시대에 책으로 대화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다. 특히, 책 중에서도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작품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더 그렇다. 함께 작품 속으로 들어가 작품 속 세계와 그 세계를 이루는 등장인물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에 개입하여 공감하고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며 위로도 얻고 치유를 경험하기도 하며 중요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재발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말이다. 이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음은 살면서 누구나 누릴 수 있지만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축복일 것이다.

현실에 민첩하고 돈의 흐름을 꿰뚫고 있으며 사리에 밝아 만날 때마다 영웅담을 과시하는 성공자들과의 만남은 이상하게도 점점 멀리하게 된다. 한때는 그들 무리에 속하기도 했고 계속해서 속하려고 부단히 애쓰기도 했으며 그들을 부러워했던 적도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별 생각이 없어졌다.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읽고 쓰는 일상이 나를 이렇게 빚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참 감사한 일이다.

덕분에 소수이지만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성공하기 위해 아등바등 항상 쫓기며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보여줄 게 없더라도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를 위해,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하나둘 늘어간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래나 저래나 감사할 뿐이다. 함께 저항하고 함께 지키고 함께 끌어안는 공동체. 그 아름다운 사람들 중에 내가 있다는 게 오늘따라 유난히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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