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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꼰대의 기원

가난한선비/과학자 2024. 4. 21. 20:19

꼰대의 기원

인생은 정착과 떠남의 무한반복으로 이뤄진다. 정착은 안정을 가져다주고, 떠남은 전환을 선사한다. 안정은 아주 쉽게 태만을 야기하고, 전환은 자주 불안으로 점철된다. 태만의 강에 빠지지 않고, 불안의 바다에 잠식되지 않는 인생을 살 수만 있다면, 그 인생은 정착과 떠남의 연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반복된 삶의 구조를 살아가지만 그 구조를 껴안을 수 있으며 그 구조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을 수 있다. 마침내 초월의 인생을 살 수 있다.

우물은 하나의 완전한 세상이다. 정착하고 싶을 만큼 안정적인 공간이다. 그곳의 안정으로부터 부와 명예와 권력을 얻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그 우물을 하나의 완전한 세상을 넘어 유일한 세상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들의 말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은 그곳이 유일한 세상이므로 우물 밖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어느덧 우물 밖은 아무도 살지 않는 세상이 되고, 급기야 사람들은 우물 밖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잊게 되는 것이다.

그곳의 사람들은 철저한 위계질서 아래 살게 된다. 그 우물 안 세상은 그 유일한 세상을 만든 자들부터 시작하여 신분이 정해진다. 닫힌 세상에서의 경쟁은 소모전일 뿐이다. 모든 발전의 끝은 아래를 향한다. 그 세상은 퇴보하기 시작한다. 우물은 썩기 시작하는 것이다.

인생은 겹겹의 우물이다. 우리 삶은 그 우물들로부터 탈출하는 여정과 같다. 이 과정은 정착에서 떠남으로의 이동 과정과 일치한다. 우물 하나 탈출했다고 자만할 필요 없는 이유는 탈출한 곳도 좀 더 클 뿐 또 다른 우물이기 때문이다. 한 번 떠났다고 해서 그것이 훈장이 될 수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계속 떠남을 선택해야 하고 고인 우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꼰대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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