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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내가 되고 싶은 사람

가난한선비/과학자 2024. 4. 14. 21:22

조용히 뭔가를 해나가고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건 인생을 그리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증거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작은 일의 무게를 알고, 그 무게를 책임질 줄 알며, 책임지는 과정으로부터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는 사람. 결코 여유가 없는 삶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삶을 성실하게 지속하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내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자고 있는 나를 깨우며, 삶의 이유까지 깨닫게 해 준다. 나아가,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만든다. 선한 영향력이란 이런 것일 테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적당히 노력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내 24시간이 채워진다면 아마도 내가 느끼게 될 감정은 공허함일 것이다. 나 역시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웃고 울고 떠드는 시간으로부터 위로와 공감을 받는다. 그런 시간들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러나 내 삶이 그런  시간들로만 구성된다면 나는 아마도 공중분해되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 혼자 만의 시간, 내가 주체가 되어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 조용히 뭔가를 해나가며 자족하는 시간, 내공을 조금씩 쌓아가는 시간. 이런 시간들 없이는 사람들과 함께 할 '나 자신'으로 바로 설 수 없다는 생각이다. 함께 하는 공동체의 건강함은 궁극적으로 공동체 구성원으로부터 기인한다. 건강한 사람. 선한 영향력의 사람. 눈이 깊은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사람. 

혼자 있는 시간과 함께 하는 시간은 공존해야 한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나는 이것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진부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가 찾는 답은 바로 그 진부함 가운데 있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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