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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강연이 아닌 대중강연
나의 밥벌이인 생물학 분야에서 강연, 세미나, 심포지움, 등 이름을 달리 하여 이뤄지는 발표는 적어도 대학원생 수준의 사전 지식을 요구한다. 훌륭한 강연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새롭고 보다 날카로워야 한다. 청중은 신선하고 (novel하고) 예리한 지식의 비수에 꽂히길 원한다.
대중강연은 다르다. 참신한 건 좋으나 정도가 너무 세면 대중성을 잃게 된다. 날카로워도 안 된다. 대중은 비수에 꽂히길 기대하기보다 미풍에 가슴 따뜻해지고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계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전문강연이 날카로운 칼에 가깝다면 대중강연은 부드러운 솜방망이에 가깝다고 하겠다.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으로 3월 7일 개포하늘꿈도서관에서 진행될 첫 강연은 대중강연이다. 나는 어떡하면 냉철한 과학자인 나의 본캐를 부드럽고 친숙하게 보일지, 어떤 식으로 강연을 2시간이나 진행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나의 다른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라는 부캐가 좀 더 드러나 보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어차피 참여할 분들은 내가 과학자라는 이유로 딱딱하고 날카로운, 다소 차가운 이미지를 예상하고 오실 테니 말이다.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을 요약해서 강연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특별히 부가적인 설명이나 자료를 소개하며 마치 전문강연을 하는 것처럼 더 새롭고 날카롭게 만들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총 열다섯 개의 수업 형태로 이뤄진 발달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대중과학서인데, 매 수업 도입부에서는 누구나, 특히 노화에 접어든 분들이라면 더욱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 형태의 텍스트를 만나실 수 있다. 어, 이거 내 얘기인데, 하면서 읽다 보면 수업 하나가 어느새 끝나버리는 식이다. 그러므로 이번 강연에서도 이런 도입부를 잘 살려서 청중들의 공감을 끌어내어 아주 살짝 과학적 지식을 추가하고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성찰과 통찰로 나아가면 되지 않을까 한다. 부디 초보 강연자의 시도가 잘 먹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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