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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대멸종 가운데 일어날 하나님의 선교

장준식 저, '기후 교회로 가는 길'을 읽고

생각해 보면 인류 역사상 지구가 종말의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가 없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진부해질 정도로 친숙해진 디스토피아 소설들은 이러한 서사를 이루는 조각들인 동시에 그 서사로부터 파생된 하나의 열매이기도 하며, 어쩌면 그렇게 되면 안 된다는 반대급부의 강력한 메시지를 함축한 예언이기도 하다. 짧게는 26년 전, 그러니까 20세기말,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가 오면 컴퓨터가 1900년과 2000년을 구분하지 못하는 등 엄청난 버그를 발생시켜(이를 Y2K라고 불렀다) 대재앙과 대혼돈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고, 그래서 우리는 지구의 종말을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회자되어 전 세계가 경악했던 적이 있었다. 여러 전문가들 덕분에 별 다른 문제 없이 지나갔고, 일반인들에겐 괴담 정도로 기억된 채 역사의 한 장면으로 묻혔지만 말이다. 이러한 종말의 서사는 세기말 현상과 겹쳐 종교, 특히 이단과 사이비들에 의해 더욱더 심화되기도 했다. 그 당시 유명했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 멸망 예언과 더불어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였다. 불안과 두려움과 공포가 팽배했던 그 시기는 인간의 욕망과 본성이 민낯을 드러낸 순간이기도 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속았고 또 죽었다. 그보다 좀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핵무기로 인해 지구가 종말을 맞이할 거라는 예측이 전 세계인들을 두려움과 공포에 몰아넣기도 했었다. 제1,2차 세계대전은 또 어떠했던가. 근대를 연 인간 이성의 한계를 직시하며 지식인들을 필두로 모든 이들은 인간의 한계에 실망과 좌절을 경험했다. 뿐만 아니다. 더 이전으로  올라가면 역사적으로 기록된 여러 전쟁들과 판데믹 상황들이 있었고, 이들 모두는 인류가 겪어 온 종말 서사의 한 조각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는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맞이하고 있다. 인류세라고 특별히 구별하여 부르는 이 시기는 현재 우리 모두가 속한 시대를 지칭한다. 공룡이 멸종했던 다섯 번째 대멸종까지 모든 대멸종은 전지구적인 기후 변화 때문이었다. 도저히 생명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인류가 출몰하기 전에 일어난 이 일들은 말하자면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 재앙이었고, 모든 생물체들은 불가항력적인 피해자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원인은 우리 인간이다. 지구 온난화, 아니 지구 가열화 현상은 인류가 산업혁명을 이뤄내며 급격하게 증가시킨 탄소배출로 인한 결과이다. 매년 가장 더운 여름을 실제로 체험하고 있는 우리들은 이 현상의 직접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셈인데,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의 착취,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과 결탁한 이기적인 인간 중심의 시스템, 그리고 끊임없는 인간의 욕망이 모든 생명체가 거주하고 있는 이 지구에 또 한 번의 대멸종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세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현재진행형인 인류 종말의 대서사다. 이 역시 표현형은 기후 위기이지만, 인간이 주범이라는 원인론은 이 종말의 대서사를 지구가 겪어 온 모든 종말 서사들 중에서도 가장 치욕적이게 만든다. 그러나 다행스럽기도 한 사실은, 이 원인론을 깨닫고 증명한 것도 인간이고, 그러므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도 인간이라는 점이다. 인간이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사실, 원인이기도 하지만 해결책일 수도 있다는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실은 인류세의 유일한 희망이기도 한데,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기후 교회로 가는 길이 들어설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렇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종말이 아닌 희망이다. 지구와 우주와 모든 생명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기후 교회가 되라고, 되자고 촉구하는 탄원서다.

인간이 가해자이자 주범이라는 점을 기독교 신학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죄 문제로 소급될 수 있다. 자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을 지으신 신께 반역하고 떠난, 소위 원죄 사건으로 인해 인간은 자기에게 유익이 되고 안 되고에 따라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나누었고, 반역죄인의 욕망을 쫓아 인간 중심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 과학도 의학도 인류 문명을 위해 발전의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인류만을, 그것도 피라미드 상층부에 속한, 소위 가진 자들(갑)만을 위한 수단 혹은 시녀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린 듯한 인상마저 느끼게 되는데, 이미 그들 무리 안에 속한 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그러고 있는지조차 사유하지 않은 채 오로지 편리함과 안위와 힘과 자본을 위해 살아가는 기계가 되어 버린 탓이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터전인 이 지구에는 인간만이 아니라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다양하고 다채로운 생명체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은 오로지 인간만을 위해, 때론, 아니 빈번하게 타 생명체를 희생시키면서까지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21세기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가슴 아픈 현실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죄의 열매이자 타락으로 해석한다. 역사적으로 있었던 수많은 전쟁과 살상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지구적인 문제가 도래했다고 본다. 기후 위기, 즉 지구 가열화가 이대로 지속되면 인류는, 다른 대부분의 생물 종들과 함께 종말을 맞이하게 되기 때문이다. ‘찬란한 멸종’의 저자 이정모 작가는 2150년이 되기 전 인류는 대멸종을 맞이할 거라고 예측한다. 물론 인류가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이대로 계속 같은 패턴의 삶을 영위하게 된다면 말이다.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 진짜로 우린 다 죽는다. 이정모 작가의 예측이 거짓으로 판명날 수 있도록 인간은 변해야 한다.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촉구한다. 기후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인간 중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과 삶의 패턴을 반성하고 회개하길 촉구한다. 이 지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터전이다. 구원의 하나님만을 생각하게 되면 이 지구는 장망성과 같아서 하루라도 빨리 떠나야 할 장소라고 여기게 될 위험이 높다. 하지만 창조의 하나님을 함께 생각할 때 우린 이 지구가 새 하늘과 새 땅이 도래할 장소이자 인간과 함께 구속받을 모든 피조물들이 공존하는 공간임을 알게 되며, 인간만이 구원의 동아줄을 잡고 어딘지 모를 하늘 위 천국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 함께 재창조의 역사를 경험하며 하나님 나라에 초대받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복음의 공공성이 사라지고 개인구원만이 목표가 되어버린 기독교 문화를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경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 중심적, 자기중심적인 원죄의 발현이라는 점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탐욕 때문에 하나님의 창조물들을 고통에 처하게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들조차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기후 교회로 가는 것은 어쩌면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맞이하고 있는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하나님의 선교일지도 모른다. 모든 교회는 이러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신학적으로 재해석하여 저자가 촉구하는 기후 교회로 가는 길 위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서 있을 수 있도록 깊은 잠에서 깨어나야 할 것이다.

#바람이불어오는곳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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