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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_’프리드리히 니체가 제시한 미래철학의 서곡, 관계론’을 읽고
절대성에 대한 저항
니체에 대해 1도 모르지만 그의 사상과 철학을 단 서른 페이지 정도의 글만 읽고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만은 안다. 다행히 미국에 거주할 때 철학 읽기 모임에서 귀동냥하며 읽었던 책과 혼자 궁금해서 이것저것 인터넷 서핑을 하며 여러 자료들을 읽고 들었던 시간들이 신기하게도 내 안에 남아 있어서, 특히 미국에서 출퇴근 길에 듣던 백승영 교수의 동영상 강의 덕분에, 이번에 읽은 서른 페이지는 막히는 부분 거의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백승영 교수의 친절한 글쓰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다른 메시지도 하나 붙잡을 수 있었다. 혼자 공부하느라 끙끙대는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는 것. 오늘 나는 아주 약간 내가 자랑스러웠다.
내가 니체를 주먹구구식으로 수십 시간 공부하며 한 가지 강렬하게 남은 메시지는 ‘자명한 것에 대한 저항 혹은 반기 혹은 해체’였다. 저 유명한 ‘신은 죽었다’라는 문장 역시 나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했다. 신은 곧 절대적이고 유일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들을 상징하는 명사로 해석했던 것이다. ‘망치를 든 철학자’라는 별명조차도 이런 식으로 니체를 해석하기 시작했더니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에 읽은 서른 페이지에서 백승영 교수가 줄기차게 얘기하는 것은 ‘힘에의 의지’라고 압축할 수 있겠다. 제목에서 등장한 ‘미래철학의 서곡, 관계론’이라는 표현 역시 힘에의 의지가 무엇인지 짚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관계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 다음 문장일 것이다. “하나의 중심은 없고, 중심은 어디에나 있다.” 이 문장을 받아들인다면 다음 문장 역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있는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은 것이란 없다.”
백승영 교수가 강조하는 니체의 관계론은 니체 이전의 전통적인 철학을 관통하는 형이상학적 실체론, 즉 불변하고 절대성을 갖는 존재를 가정하고 이원론적으로 사유를 펼쳐나가는 모든 철학을 뒤집어엎는 것이었다. 이것은 니체가 주장한 힘에의 의지의 본질적인 속성을 조금만 이해해도 당연히 도출될 수 있는 결론이었다.
불변하고 절대성을 갖는 실체를 부정하는 니체가 어떤 개념을 정의한다면 그것만큼 모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순간, 그것은 실체가 되어버리고 기준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힘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니체는 ‘힘에의 의지’가 무엇인지 명징하게 정의 내린 적이 없다고 한다. 대신 그가 그 표현을 사용한 글들에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힘에의 의지와 관계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요컨대 단독적으로 존재하는 힘이나 실체 같은 건 없다는 것, 모든 존재와 힘은 상호 간의 경쟁, 즉 자신의 힘을 강화시키고 증폭시키려는 의지들 간의 상호작용(관계)에 의해서 생성된다는 것, 어떤 실체가 먼저 존재한 뒤 옵션처럼 다른 실체들과 관계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 자체가 곧 실체라는 것, 관계가 없으면 실체도 없다는 것. 이 관계론은 어떤 실체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해체시키며 다양성의 문을 열고 모든 존재의 평등성을 강조하는 철학이었던 것이다.
백승영 교수는 니체의 이러한 사유들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을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니체가 단순히 기존의 형이상학적 틀을 망치로 부수고 해체시킨 파괴자의 정체성만 가지는 게 아니라, ‘아모르파티’ 등과 같이 예측할 수 없고 불확실한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무한히 긍정하라는 주장에서처럼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는 사유 방식은 물론, 모든 작은 것들도 제각기 필연성과 유의미성을 가진다는 따뜻한 메시지도 선포한 창조자의 정체성도 가지는 철학자였다는 것이다.
책장에 꽂혀있는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이 보인다. 천천히 읽어나가야겠다.
*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 읽기
1. 노동의 존재론과 칼 맑스의 혁명 사상: https://rtmodel.tistory.com/2092
2.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무의식 혁명: https://rtmodel.tistory.com/2102
3. 프리드리히 니체가 제시한 미래철학의 서곡, 관계론: https://rtmodel.tistory.com/2111
#동녘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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