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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완전한 파괴

가난한선비/과학자 2026. 7. 13. 12:54

완전한 파괴

죽을 뻔한 경험을 하게 되면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가치체계의 전복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책을 읽다가, 혼자 멍하니 있다가, 혹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산책을 할 때에도 가끔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 지금까지 나는 이 두 가지를 서로 다른 독립된 사건이라 여겼다. 오늘 어떤 책을 읽다가 그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발생하는 일상 속 전복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죽음일지도 모른다는 것. 죽을 뻔한 경험 역시 몸은 살아 있더라도 내면의 뭔가는 죽음을 맞이했을지 모른다는 것. 뭔가가 죽어야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전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렇다면 성장은 얼마나 많이 죽음을 경험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지도.  

죽기를 두려워하면 성장은 없을지 모른다. 제대로 죽어야 한다. 지렁이가 꿈틀대는 건 제대로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죽지 않으면 고통과 상처를 훈장인양 거들먹거리게 되고, 그것들을 곱씹으며 그것들 안에 스스로 갇힌 채 그것들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우를 범하게 된다. 요컨대 죽지 않으면 부활은 없다. 완전한 파괴 이후에 재창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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