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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길, 전철 안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회고록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 잠시잠시 멈춰 책을 덮고 생각해보는 시간이 잦던 차였다. 생각에 잠겨 멍하니 있었는데, 앞에 앉아있던 아줌마가 들으라는 듯 큰 기침을 연거푸 하더니 갑자기 일어나 옆자리로 옮겼다. 덩치가 컸기 때문에 그 움직임은 잠시 딴 세상으로 가 있던 나를 현실세계로 예상보다 빨리 소환해 내기에 충분했고 그래서 그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는데, 마치 날 벌레 보듯 째려보는 것이었다. '모야, 이 아줌마는...'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순간 왜 그랬는지 광속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 아줌마는 미니 스커트를 입고 있었던 거였다! 그리고 아마도 내 시선이 초점없이 멍하니 멈춰있던 곳이 그 아줌마의 다리쪽이였던다는 사실도 순간 사진처럼 뇌리를 스쳤다. '아뿔싸!'
"아줌마, 저 아줌마 다리 관찰한거 아니거든요?? 책 읽다가 잠시 멈춰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아줌마는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날 한번 더 째려보면서 내렸다. 탕탕탕대면서.
앞으론 생각할 때도 창밖을 보자. 그래, 창밖이 낫다. 훨씬 낫다.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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