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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단상

가난한선비/과학자 2017. 8. 4. 02:36

낮잠을 세 시간이 넘도록 자버렸다. 안경을 쓰고 창밖을 바라보니 때마침 날씨도 흐리멍텅한데다 비도 부슬부슬 온다. 분명 점심 먹고나서 쏟아질 듯한 잠을 못 이겨 잠시 침대에 누웠었는데, 눈 떠보니 꼭 아침같다. 마치 시간을 건너 뛴듯 하다. 서쪽 끝에서 여기 동쪽 끝에 위치한 보스턴으로 날라온 지 이틀째 되는 날의 나른한 오후다.


세 시간의 시간차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열 몇시간을 날라오신 장인 장모님도 아무런 시차를 못 느낀다고 하시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위 피곤하다고 챙겨 주신다. 부모님을 의지하던 때가 떠오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LA에서 출발하기 전날 밤을 꼬박 샜다. 생각은 여전히 허구한 날 밤을 새도 별 지장없던 이삼십대 같은데, 몸은 아닌가 보다. 마흔의 내 몸은 그 날의 부족한 잠 시간을 어떡해서든 메꾸려는 듯하다. 용인한다. 다시 창밖을 본다. 현실로 돌아온다. 빗길에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지저귀는 새소리도 이제서야 들린다. 맘이 갑자기 여유로워진다. 자, 일어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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