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in faith

죄의 흔적

가난한선비/과학자 2017. 8. 9. 14:01

옳고 선한 일에만 기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일 때가 부지기수다. 내가 기뻐하는 일을 먼저 해놓고 차후에 그것을 옳다고 만들어 버리는 이기적이고 불의한 자아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습관적인 죄악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져 영적으로 둔해진 나를 통한 악의 설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유익에 의해서만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모습, 이것은 선악을 스스로 판단하게 된 우리 인간의 모습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의 명백한 흔적이자 표현형이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선명해진다. 내 안에 감쪽같이 숨겨진 더러운 자아를 더욱 자주 만나게 된다. 자존심과 교묘하게 얽혀있고, 잘못된 권위의식과 혼연일체가 되어 있다. 그것은 나의 자랑거리의 그림자 속에도 숨어 있고,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예수를 그리스도로, 주인으로 믿고 구원 받아 하나님 백성이라 칭함 받은 현재의 나다.


비정상적으로 화가 나고 우울해지는 감정의 동요 역시, 적어도 김영웅이라는 컨텍스트에서는 그 출처가 같다. 아직 돌이키지 못한 (회개하지 못한) 내 모습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나의 추함은 더욱 더 밝히 보이는데, 아… 난 무엇을 회개했고 어찌 구원받았던가. 그 회개와 구원이 여전히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한 감사함도 뜬구름 잡는 감정에 지나진 않는지, 고뇌는 깊어만 간다.


그러나 빛이 비취는 만큼 어두움은 드러나고 제거되는 법이다. 빛이 처음 비춰져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지는 사건과는 달리, 비춰진 빛으로 인하여 어두움이 속속들이 제거되는 과정은 결코 일회성이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은 심플하게 텅 빈 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구석구석에 그 빛이 비취려면 방 안의 모든 장애물이 제거되어야 한다. 세미한 먼지 하나로부터도 만들어지는 어두운 그림자가 제거되는 과정은 구원받은 이후에도 지속된다. 어쩌면 인생 전체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생명을 얻어 죽었다가 살아나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 모든 곳이 치유된 것은 아니다. 심장은 뛰기 시작했지만, 아직 신체 모든 기관이 제 기능을 회복한 건 아니다. 아직도 아픔이 느껴지는 곳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완전히 썩어 문드러져 아픈지조차 못 느끼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완전히 구조와 기능을 상실한 기관조차 새로이 뛰는 심장과 새로이 만들어지는 혈관으로부터 생명의 피가 공급되면, 마침내 모두 회복되고 소생될 것이다. 이는 모두 이미 들어온 빛의 존재 때문이다. 그 빛은 모든 곳에 생명을 전달하여 모든 곳을 살린다. 그것이 빛의 기능이다.

다만, 빛이 우리 안으로 들어왔으나 (그래서 어두움의 실체를 지각할 수 있게 되었으나), 우리가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인지, 빛을 등지고 있느라 의도하지 않게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있던 어두움의 잔상은 아직 곳곳에 남아 있다. 빛은 밖으로만 비춰질 것이 아니다. 그보다 내 안에 있는 어두움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일 수도 있다. 우리가 빛 자체가 아닌 빛의 반사체나 통로라면, 거울처럼 깨끗하든지 수정처럼 투명해야 한다. 더욱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빛을 맞이했듯, 이젠 빛을 막는 내 안의 장애물을 제거할 때다. 빛에 의지하여 해머를 들자. 죄의 흔적을 부수고 닦아내자.


-


주여. 저의 전 인생을 통해 구원의 감격을 손끝과 발끝까지 느끼게 하소서. 그래서 손끝과 발끝까지 진정한 감사함으로 회복되게 하소서. 더욱 예민하게 죄악의 결과를 먼저 내 안에서 찾게 하시고, 찾게 되었을 땐 더 이상 왜곡시키지 않고 그대로 감사함으로 인정하게 하시고, 그 과정을 통해 더러운 죄 문제를 해결하신 그리스도 예수를 더욱 찬양하게 하소서. 내 안에 있는 모든 부분에 빛이 임하게 하소서.

'in faith'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렵고 떨림, 거룩함의 이면  (0) 2017.11.04
하나님의 뜻  (0) 2017.08.24
긍휼을 베푸는 자, 공감하는 자.  (0) 2017.08.07
나 (2).  (0) 2017.08.04
나.  (0) 2017.08.04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