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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프로의 인정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3. 3. 15:42

프로의 인정.


며칠 전 일이다. 마침 Employee Evaluation 시즌이라 보스가 오피스로 날 불렀다. 1시간은 넘게 대화를 나눴다. 실험실 생활에서의 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보스가 바라보는 내 모습, 실험실의 다른 구성원들이 평가하는 내 모습이 어떤지 들었다. 대체적으로 난 좋은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단, 가끔씩 내게서 무뚝뚝함이 보이기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미국 온지 6년 반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무의식 중에서는 나의 한국스러운 옛 자아가 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내 의도가 나쁘진 않았다고 다들 이해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조금 신경을 써서 수정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을 거라고 보스가 친절하게 귀뜸해 주었다. 참 고마웠다.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 내 안에선 결론이 난 계획을 그대로 얘기했다. 일종의 고민 상담 같은 것이었다. 현실적인 분석에 기반한 현실적인 계획을 얘기했던 것이다. 이런 얘기들을 보스랑 마음 터놓고 진솔하게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난 참 복을 받은 놈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어떤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내 인생이 소비되고 있다고는 더 이상 여기지 않기 때문에, 난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예전보다 마음에 더 감동이 되고 감사하다.


보스가 이런 말도 했다. "......You are not replaceable......" 내가 여태껏 가져온 아카데미에서 PI가 되려는 꿈을 내년까지만 가지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보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많은 조언을 해주면서 했던 문장 중 하나다. 순간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프로 과학자로서 보낸 10년의 내 인생이 마침내 보답 받는듯한 기분이었다. 참 고마웠다.


내년까지 내가 진행해온 프로젝트들을 논문 3편으로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이젠 더 이상 내 성공이 목적이 아니다. 내 경력을 위해서가 아니다. 은혜를 갚기 위해서다. 이 세계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날 인정해준 보스를 돕기 위해서다. 마음이 편하다. 날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할 때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획이야 언제나처럼 계속해서 수정이 되겠지만, 마음만은 변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지식과 기술을 동원하여 멋진 마무리를 해내리라.


"하나님, 이 시기에도 함께 하실 줄 믿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어 모두에게 복이 되는 열매가 맺혀지게 도와주세요. 제가 지치지 않고 게을러지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며 저로 말미암아 이 실험실 전체에 하나님나라가 임하고 복이 임하는 은혜를 허락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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