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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일상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3. 7. 08:48

**김근주 교수님의 '복음의 공공성'을 다시 읽어가고 있습니다. 잠시 멈춰서서 묵상하다가 연구소를 오가는 셔틀 버스 안에서 써내려간 글입니다.**


일상.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에게 일상은 모든 것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들이 일상을 마치 뭔가 인생의 중요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과정이나 배경 정도로 하등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가 나그네라는 정체성을 간과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그것은 곧 정착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가장 안정되고 화려한 정착을 꿈꾸는 우리들의 삶은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고 그 사람처럼 살아가려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우린 기억해야 한다. 믿음의 조상, 복음의 시작인 아브라함도 나그네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중요한 건 정착을 잘했는지, 아직도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는지가 아니다. 그 누구보다도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삶을 마치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살아가는 삶, 바로 하나님만을 신뢰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나그네의 삶이다.


일상이 마치 낮은 자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기는 것 역시 우리의 정체성을 잊은 결과일 것이다. 높은 자리에 있든 낮은 자리에 있든 그건 모두 인간이 자기의 유익에 따라 상대화시킨 선악 판단 기준에서 비롯된 것이며, 높든 낮든 우리 인간이 공의와 정의를 행하여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하나님나라를 살아가는 방법은 다름 아닌 ‘일상’이다. 우리들이 기복신앙적으로 쉽게 하나님이 함께 하신 증거라고 믿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에 올라간 사건 자체는 일상의 한 조각일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 하나님이 높이신 자들 역시 그 자리에서 행하는 그들의 일상으로만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다. 요셉이 드라마틱한 역경을 거치고 마침내 총리가 된 사건이 하나님이 함께 하신 증거라기보다는, 총리가 된 이후 요셉이 열방을 살리고 열방에게 복을 전하게 된, 요셉의 총리로서의 일상이야말로 하나님이 동행하신 증거이며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 증거라고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다. 요셉은 공의와 정의를 행했고 열방에 복을 전했다. 요셉은 하나님나라를 살았다. 이방 땅, 나그네 신분으로서 말이다.


나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지금 내가 불만족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을 기대했고,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나그네로서의 정체성을 망각한 채 마치 정착민인 것처럼 상대화된 높은 피라미드 구조에 스스로 갇혀, 끝내 사라지지 않을 갈증에 허덕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알고보면 아무 필요도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는데!


오늘도 난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그리고 지금 손에 쥐고 있거나 곧 쥐게 될지도 모르는 것들을 모두 부여잡고 안정된 정착 생활을 영위하면서 무늬만 나그네로 살아가고 있진 않는지 점검해본다. 두 마음을 품은 자가 아닌지 반성해본다. 나는 과연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는가. 순종할 수 있는가. 과연 내 일상을 이루는 모든 벡터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나인가, 열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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