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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철 좀 들자.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4. 5. 07:59

철 좀 들자.


아직도 나의 늙은 지식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상당히 고무적이긴 했지만, 오전 내내 지껄였던 탓인지 난 기어이 두통을 얻고야 말았다. 이럴 때면 무엇이 유익한 건지 참 헷갈린다. 언제나 얻고 잃는다. 타인을 돕는 건 희생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희생 그 자체보단 그 희생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 더 힘든 법이다. 내게 그것은 언제나 낯설다. 도움은 언제나 낯섦을 마주하는 시간을 포함한다. 그러나 그 낯섦은 나도 모르고 있던 내 자아의 일부이다. 남을 도우며 나를 알아가는 것이다. 아니, 남을 도와봐야 나를 좀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한 때 뚜렷했던 경계가 무너진 이후, 이것도 저것도 다 잃기 싫어진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양 볼에 사탕을 가득 쳐넣고서 또 새로운 봉지를 뜯고야마는 욕심꾸러기 돼지가 되어가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좀 더 손에서 놓고, 나누고, 주는 삶이 되어야 할텐데, 참… 난 언제 철이 드나 싶다. 어쩌면 오늘 연거푸 들은 남들의 칭찬도 나의 이런 본심을 모르니 가능한 거다. 도와주고 칭찬받고, 그러나 속이고 속고… 참…이러니 두통이 필연적이었던 게다. 고통은 언제나 날 겸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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