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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가짜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11. 5. 06:18

가짜.


의외의 적은 같은 편에 있습니다. 모든 진리와 훈계의 말에 동의와 지지를 하지만, 자신은 지금 정도면 그런대로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빗발치는 총알도 모두 자신들을 빗겨가리라 여깁니다. 자신들이 안전지대에 있다고 믿는 것이지요. 함께 정의를 외치고 악을 배격한다고 해서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교만은 스스로 안전하다고 여길 때 조용히 드러나는 법입니다. 그러나 이들이야말로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간인일 뿐입니다. 교만을 배격하면서도 교만할 수 있고, 정의를 부르짖으면서도 불의할 수 있습니다. 수치와 죄책감이 사라지고 분노만 남은 의인은 의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본질상 죄인이지만 의인으로 칭해진 것일 뿐이니까요. 본인을 의인으로 상대방을 죄인으로 나누는 순간, 그리고 스스로 의인이라 여기면서도 자신의 죄인된 행위에 수치와 죄책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순간 본인도 모르게 정죄하는 자요 나누는 자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은혜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의 여정에 임해야 하는 이유도 되지요. 사랑은 친절과 동정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본인의 상태를 망각하는 순간 겉으론 아무리 사랑의 행위로 보일지라도 그 중심엔 나르시시즘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사랑이 교만할 수 없는 이유이지요. 겸손함이 배제된 사랑은 사랑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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