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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믿음의 반석

가난한선비/과학자 2012. 8. 5. 00:25

살아가면서 또 한번 중요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시기였다. 적어도 출발만은 바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모든 기호와 인맥, 지연, 학연 등의 (별로 있지도 않지만) 배경들을 다 내려놓고 전적인 하나님의 인도를 받고자 했다. 나와 내 아내,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의 미래에 가장 적합한 장소를 달라고 하나님께 의뢰하고 조용히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가 나오면 100% 순종하기로 다짐하며. 생사화복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선 우리 가정의 앞길을 당연히 예비해 놓으셨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물론 조용히 기다렸지만 절대 가만히 있기만 한 건 아니었다. 하나님은 확실히 열릴 문을 약속하시면서도 우리에게 그 문을 직접 두드리는 행동을 하길 원하신다. 생각에 매인 믿음이 아닌 실천으로 옮겨지는 믿음을 원하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그 믿음에 의거하여 담대히 문을 두드렸다. 성공가능성 같은 확률론을 철저히 배제하고서 말이다. 그러자 문은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열렸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모든 것이 결정되고 난 후 난 조용히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하나님께선 이번에도 문을 하나만 열어주셨기 때문이다. 망설이거나 갈등할 여지도 없게끔 하시는 날 향한 하나님의 깔끔하고도 세심한 배려다.

 

그렇게 인도받아 온 곳이 바로 여기, 클리블랜드. 한국에 있을 때 2년간 몸담고 있었던 곳의 PI가 클리블랜드에 있는 케이스 대학의 겸임교수셨기 때문에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나에게 클리블랜드는 그 때만 해도 텍사스, 하와이,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등과 같은 이름만 친숙한 곳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이곳에 가라고 하셨을 땐 솔직히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것도 나 하나만 가는 것도 아니고 가족과 동반하는 거라 왠지 모르게 어깨가 무거웠던 거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런 중압감은 모두 내가 나와 내 가족의 미래를 책임지려는 인본주의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처음을 나의 인본주의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전혀 그럴 필요 없는데도 불구하고 여기 미국 생활에서 조금만 힘에 버거운 일이 생기기만 하면 어김없이 그 부담감은 나를 찾아온다. 내가 이겨야할 영적 싸움인 거다.

 

이제 열흘만 지나면 미국 땅에 발을 들여놓은지 딱 1년째 되는 날이다. 일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감을 잡을 수도 없을만큼 빠르게 흘러간 것 같다. 그동안 상처도 많이 받아봤고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어보기도 했으며 마음에 담아둘 만큼 의미있는 일도 여러번 경험했다. 이제 다시 시작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우린 점점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길 위에서 안전하고도 완벽하게 인도받고 있음을 믿는다. 하나님의 인도는 언제나 그랬듯 나의 상식을 거뜬히 넘어서고, 때로는 내가 인도받고 있는게 맞는지 심각하게 자문할 만큼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지만, 완벽함을 난 믿는다. 믿음의 반석위에 시작된 클리블랜드의 삶. 분명 귀한 열매가 맺혀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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