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감상문.
이번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을 읽고 다른 때보다 힘들게 감상문을 쓰면서 다시 나에게 물었다. "나는 감상문을 왜 쓰는 걸까?"
지금까지 견지해온 멋쩍은 이유는 "독서의 완성을 위해서"였다. 그냥 한 번 쓱 읽고 지나치는 책은 웬만해선 아무런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린다. 애써 마음 담아 읽어낸 책을, 나의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날려버리기 싫었다. 아까웠다. 뭔가를 잃는 것 같았다. 또한 나에게 선물로 다가온 책과 그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모든 책이 다 해당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책들을 읽고 나선 뭐라도 남겨야 할 것 같은 절박함이 어느 순간 생겨나기 시작했었다. 나에겐 마침 힘들 때 찾아온 인생의 선물이 독서였다. 내 인생의 나지막한 곡선과 맞물려 그렇게 절박함은 배가 되었었나 보다.
이젠 그 이유를 조금 확장해볼까 한다. 감상문을 작성하면서 저자와 비로소 말없는 대화를 하며 작품에 대한 보답을 행하는 일,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가시적인 열매를 맺는 일, 그리고 나의 솔직한 생각을 가감 없이 나누면서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나 같은 책을 읽었던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고 서로 배워가는 일. 이러한 여러 이유를 넘어서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조금은 이기적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념한다는 것의 의미를 최근에 견진 성사를 받으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정 받는 게 아니라 사랑 받는 것에 대한 의미. '그냥 됐어' 하고 넘어가는 간소화되고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 조금은 번거롭고 조금은 무식하게 보일지라도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현재 내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삶의 단편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일. 일상에 흩어진 행복의 조각을 주워담는 수고로움. 기꺼이 마음 담아 해보겠다는 생각이다. 교류하는 분들과의 온오프라인 상의 작은 만남들도 모두 이러한 수고로움이 일궈낸 열매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정성을 담아 하고, 그것을 기꺼이 나누는 일, 어쩌면 여기에 공감과 사랑이 머물진 않을까.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이 작게나마 이곳에 펼쳐지진 않을까.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