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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글쓰기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2. 28. 08:48

글쓰기.

 

어느덧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글쓰기. 여전히 마음 설레고 즐거운 일이지만, 얼마 전부터 사실 난 한계를 느껴오고 있다. 책에 대한 감상문을 쓰고 페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나누기 시작한 지도 2년이 넘었다. 그 동안 약 150 권 정도의 책을 읽었고, 그 중 절반 이상은 감상문으로 남겼다. 한 주제에 국한된 책만 읽어온 게 아니라서 그런지 다행히 나의 글쓰기는 책의 다양성의 영향으로 단조로운 패턴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다양성도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약 100 편의 글이 되니 서서히 고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인 물은 죽음이 예정된 물이다.

 

한편, 비록 희미하지만, 내 글에서 나만의 필체가 생긴 것 같아 한 동안은 조금 뿌듯하게 여기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하나의 공식이 되어 나의 글쓰기에 있어서 일종의 덫으로 작용할 줄은 몰랐다. 예측 가능한 글이, 뻔한 글이, 그래서 내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공해 같은 글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글쓰기가 내심 두려워졌다.

 

더 이상 나에게선 쥐어짜낼 영양분이 없다는 기분도 들었다. 비슷한 수준의 비슷한 글, 비슷한 전개에 비슷한 결론.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돈벌이도 아닌데,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이런 생각이 든 이상 변화를 추구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건 당연한 수순인 것 같다.

 

좀 더 깊이를 추구하고 싶다는 생각. 양보단 질을 좀 더 고려해야겠다는 생각. 그러기 위해선 휘발성이 강한 일회성 글이 아닌 조금 더 묵히고 숙성시켜 완숙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 그러기 위해선, 비록 감동을 주고 뭔가 깨달음을 주긴 하지만, 쉽고 술술 읽히는 가벼운 책보단 좀 더 묵직한 책들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에게 읽혀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영감을 주고 또 읽고 싶거나 가지고 싶은 글. 그런 깊은 글은 결국 나에게서 비롯될 것이다. 내가 깊어지는 만큼 글도 깊어질 것이다. 나는 아직 얕은 물이다. 여기선 깊은 우물을 길어낼 수 없다. 내가 먼저 깊어져야 한다. 내가 나에게서 벗어나 남에게로 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글쓰기는 기교이기보단 진정성이다. 한 권이라도 좋다. 그런 글을 언젠간 꼭 쓰고 싶다.

 

자. 이제 나의 글쓰기도 슬슬 2단계로 접어들 시간표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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