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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시선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10. 17. 10:20

시선.

무엇 때문이었는지 내 시선은 언제나 허공에 떠 있는 이상을 향했다. 그래야만 세속적인 자가 아닌 경건한 자가 되어 그들을 살릴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렀다. 천상에 있을법한 그 이상은 지금도 여전히 이상일 뿐이다. 하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내 시선이 이제는 허공이 아닌 땅을 향한다는 점이다. 새 하늘과 새 땅은 저기 구름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지금 여기, 이 땅에 임하는 하나님나라다.

언제나 더 중요한 것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누가 그 따위의 사상을 내 머리 속에 주입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보통 사람들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 그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생각,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 등이 어릴 적 나를 이끈 주된 힘 중 하나였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교로 인한 우월을 확고히 한 뒤 열등한 그들을 살릴 수 있을 거라는, 그 말장난 같지도 않은 말이 이젠 차별과 비교를 합리화하며 자기중심주의로 성취한 나르시시즘의 변명이라는 것을 안다. 사람을 밟고 올린 피라미드 위에 선 사람이 어찌 그 아래 깔린 사람들을 살릴 수 있겠는가. 이미 죽여놓고 어떻게 살린다는 말인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 걸 도대체 어떤 논리로 설명할 수 있겠냔 말이다.

사람을 살린다는 것은 사람 위에 올라서야만 가능한 게 아니다. 사람을 살린다는 것은 내가 누군지 알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알고, 그래서 나를 사랑할 줄 알고, 나아가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일이다. 잘난 인간이 못난 인간을 살린다는 시스템은 무너져야 한다. 잘나고 못나고의 문제에 아직도 빠져 있다면, 나오라. 우린 모두 이웃일 뿐이다. 당신도 누군가에 의해 살려지고 있으며 그러는 사이에 당신도 누군가를 살리게 되는 것이다. 서로 살리는 이웃 사랑의 시스템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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