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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지 않는 삶의 여백, 그래서 진정 빛나는.
삶에서 화려한 부분을 빼고 남은 나머지 부분, 그 빈 공간. 그 삶의 여백을 기꺼이 함께 할 사람. 난 그런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살다 보면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그런 사람은 더 이상 의미 없는 타인이 아닌 나의 일상을 구성하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사람이 지나갔다. 내게 가까이 왔다가 멀어져 간 사람들과, 여전히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비교해가며 하나씩 기억나는 대로 떠올려본다. 그들이 과연 삶의 어느 부분에서 나와 함께 했었던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수면 위에 드러나 눈에 보이는 부분이었는지, 수면 아래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었는지. 삶의 화려했던 부분을 공유했었는지, 아니면 그것을 감싸주고 지탱해주던 삶의 여백을 함께 했었는지.
함께 무언가를 성취해내어 서로에게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는 기분을 느낄 때, 그 사람으로 말미암아 혼자선 절대 이루지 못했을 것들을 마침내 이뤄냈을 때, 내가 손에 쥐지 않은 것들을 보완해주어 그 사람 덕분에 어려운 목표를 달성해냈을 때, 그래서 삶에서 빛나는 점 하나를 함께 멋쩍게 찍어내고야 말았을 때, 그 성취감과 승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을 준다.
그러나 한 번의 승리가 두 번, 세 번, 연이은 승리를 가져다 주진 않는다. 빛은 바래고, 힘은 약해진다. 점점 함께 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오직 서로의 목적만이 노후하지 않고 점점 더 날카로워져 그것을 위해 다른 파트너를 찾는다. 공동의 작업은 계약일 뿐이다. 신뢰는 철저히 계약에 의거한 것이었다. 계약이 깨지는 순간, 신뢰도 무너진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혼자가 된다. 화려한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무대와도 같은 빈 공간에 우린 다시 고립된다. 빛나고 싶어 함께 한 만남은 빛이 바래면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빛이 바래고 서늘해진 그 빈 공간이 외롭지 않았으면 한다. 그 공간은 슬픔과 어두움, 고독과 침묵, 아픔과 한이 무질서하게 산재되어 있는 곳이다.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은밀한 곳, 솔직한 나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는 유일한 곳이다. 어쩌면 우리 일상을 이루는 대부분의 공간은 바로 이 빛나지 않는 곳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삶의 여백이 고독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별한 말은 필요 없다. 심심해도, 무료해도 상관 없다.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가장 편한 모습으로, 그런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할 수 있는 편한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을 사랑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한다. 온전히 함께 하는 사람. 조명이 꺼진 어둡고 쓸쓸한 빈 공간에도 변함없이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기다리며 함께 하는 사람. 이웃사랑은 빛나지 않는다. 그래서 진정 빛이 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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