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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
성찬식 때 무릎을 꿇고 떡과 포도주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제단 뒤를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그 옆과 위에 배치된 섬세한 조각들을 처음으로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다. 그것들 자체는 인간들의 예술작품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그것들을 신성시하거나 우상시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하나하나가 예배당을 이루는 배경이 되어, 예배하는 자들에게 정숙하고 경건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순간 난 혼란스러웠다. 왜 난 인간의 손으로 만든 작품 안에서 인간을 초월하는 그 무언가를 느끼는 걸까. 어째서 이게 가능한 것일까. 유한에서 무한을 볼 수 있다는 말인가.
나이가 들면서 예술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이 미술이 되었든, 음악이 되었든, 혹은 글이 되었든, 이제야 비로소 그것들을 조금이라도 '감상'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이가 주는 이런 여유가 나는 다정하고 좋다. 그리고 이는 내가 앞에서 느꼈던 혼란을 단순히 '이성을 누른 감성', 혹은 '혼자만의 착각' 정도로 정의해버리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가 된다. 물론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편하게 생각하고 넘어가도 상관없다. 그러나 나는 분명 예술작품에는 초월성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과 신을, 혹은 유한과 무한의 두 세계를 잇는 역할을 예술작품이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리고, 혹시 우리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근원적 동기는 바로 그런 것들을 갈구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자기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런 순간들은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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