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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가끔 진이 빠질 때면, 혹시 내가 엉뚱한 데에 힘을 다 빼고 있진 않나 의심스럽다. 어차피 짧은 인생,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은 절박함 때문일까. 이젠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보다 많아져가기 때문일까. 그래서 나는 진부하지만 자꾸만 효율이란 항목을 따진다.
효율을 따지다 보면 제껴야 할 항목들이 늘어난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제한된 시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제껴버린 것들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그리고 그 생각은 곧 효율적인 삶의 가치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풍성한 삶과 효율적인 삶 사이에서 나는 언제나 갈등하고 망설이는 존재다.
그러나 이런 고뇌도 사치라고 여겨질 때가 사실 우리 대부분의 일상을 채운다. 대부분은 떠밀려가는 삶을 살아내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그 시간과 공간 안에서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해야만 하는 일들을 연속해서 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간다. 그렇다면 관건은 그러한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일상의 틀 속에서 어떤 자세로 살아가는지에 있다. 어떤 것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이기보다는 어떤 주어진 일을 하더라도 어떤 눈과 마음으로 그 일을 해내는지에 있는 것이다. 풍성한 삶과 효율적인 삶의 경계에는 세계관과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는 곧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로 읽어야 한다. 그저 올바르고 정의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막연히 잠겨 있던 내가 그래도 이젠 조금이나마 깨어나고 있는 것 같다. 바른 눈과 바른 마음. 철학과 신학과 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끊임없이 사유해야 하는 이유다. 철학연구가나 신학연구가, 혹은 문학연구가가 아닌 하나의 철학자요 신학자요 문학자가 되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도 그 길을 걷고자 한다. 지금까지 만나온 온라인 오프라인에서의 동지들과 책을 통해 만난 수많은 선배들에게 감사한다. 내년에는 좀 더 풍성하고도 깊은 내적 발전과 현명한 반응을 몸으로 해낼 수 있는 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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